남편이 어느 날 영상 하나를 보내왔다. 자기 말에 없는 뜻을 자꾸 붙여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취지였다. 처음에는 남편의 말이 맞는지부터 따져보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닌데?”라고 해명한 적이 있다. 말을 한 사람은 자기 의도를 분명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사람은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둘 중 누가 잘못한 것일까. 아니, 애초에 두 사람의 이해가 달라졌다는 사실만으로 한쪽의 잘못을 가릴 수 있을까.
처음 이 문제를 검색했을 때 가장 자주 만난 설명은 문자 대화에는 표정과 억양이 없다는 것이었다. 얼굴을 마주 보면 목소리가 높아졌는지, 웃으면서 말하는지, 잠깐 말을 고르는지 알 수 있다. 카톡에서는 그 정보를 얻기 어렵다. 그래서 문자에서는 말의 의미를 잘못 받아들이기 쉽다는 설명이다. 꽤 설득력 있게 들렸다.
그런데 한 가지가 걸렸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9시에 도착해”, “우유 사 와”, “오늘 비 온대” 같은 말을 읽을 때마다 상대의 의도를 의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대부분의 문자는 별문제 없이 읽힌다. 그렇다면 표정과 억양이 없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왜 어떤 말은 쉽게 이해되고, 어떤 말은 두고두고 마음에 남을까. 궁금증이 조금 달라졌다.
이 글에서 다루는 ‘오해’도 하나의 현상은 아니다. 누군가의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이는 일, 상대가 화났다고 짐작하는 일, 상대의 제안을 거절로 이해하는 일은 서로 관련이 있지만 똑같지는 않다. 연구를 비교할 때 이 차이를 놓치면 결과가 서로 반박하는 것처럼 보인다. 반대로 그 차이를 이해하면 연구들이 각각 어디까지 설명하는지도 보이기 시작한다.
1. 보내는 사람은 왜 자기 뜻이 충분히 전달됐다고 믿을까
처음 눈에 들어온 논문은 심리학자 저스틴 크루거와 동료들이 2005년에 발표한 『Egocentrism over e-mail: Can we communicate as well as we think?』였다. 제목을 풀어 쓰면 ‘이메일로도 우리는 생각만큼 의사를 잘 전달할까?’ 정도가 된다. 연구진은 다섯 개의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이메일로 감정적 말투를 전달하거나 해석할 때 어느 정도 정확한지, 그리고 자기 능력을 얼마나 정확하게 평가하는지 조사했다.
이 연구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수신자가 이메일을 잘못 읽었다’는 사실이 아니다. 발신자가 상대의 이해를 얼마나 정확히 예측했는가에 있다. 말을 보낸 사람은 자신의 농담이나 비꼼이 전달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가 실제로 그 말투를 제대로 파악한 비율은 발신자가 기대한 수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이처럼 예상과 결과 사이에 생기는 간격이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지 생각해 보면 의외로 익숙한 장면이 떠오른다. 예컨대 내가 “대단하시네요”라는 메시지를 비꼬는 뜻으로 썼다고 해보자. 나는 이미 상황을 알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알고, 그 말을 보낼 때 어떤 표정이었는지도 안다. 머릿속에서는 문장을 읽는 목소리마저 들리는 것 같다. 그래서 상대도 당연히 알아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대가 받은 것은 짧은 문장뿐이다. 정말 칭찬하는 상황이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심리학에서 이런 문제를 설명할 때 쓰는 개념 중 하나가 자기중심적 관점, 즉 egocentrism이다. 여기서 ‘자기중심적’이라는 말은 이기적이거나 배려가 없다는 비난이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잠시 내려놓고, 그것을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다시 상상하기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뜻이다. 내가 어떤 의도로 썼는지 잘 알고 있을수록 그 의도가 문장에도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느낄 수 있다.
이 연구를 읽고 처음 질문을 조금 수정했다. 오해를 받는 사람의 ‘과잉 해석’만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보내는 사람 역시 자기가 가진 배경지식과 말투가 상대에게 얼마나 전달되는지 지나치게 낙관할 수 있다. 다만 이 결과는 이메일로 특정 감정적 의도를 전달하는 실험에서 나온 것이다. 부부가 일상적으로 나누는 모든 카톡이 같은 방식으로 실패한다고 말할 근거는 아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었다. 발신자가 소통 능력을 과신한다면 실제 문자 대화는 얼마나 부정확할까. 그 대답은 처음 예상과 조금 달랐다.
2. 그런데 실제 문자에서는 감정이 생각보다 잘 전달됐다
2025년 모니크 폴만과 카를라 로스가 발표한 연구의 제목은 『“I get u”. People correctly interpret the tone of text messages and emails』이다. 연구 제목부터 앞선 인상과 충돌한다. 사람들은 문자와 이메일의 감정적 말투를 꽤 정확하게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연구 방법이 흥미로웠다. 참여자에게 연구자가 새로 만든 문장을 보여주고 뜻을 맞혀보라고 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주고받은 문자나 이메일을 가져와 발신자와 수신자의 평가를 비교했다. 비공식 문자 대화를 다룬 첫 번째 연구에서는 수신자 347명과 발신자 171명의 응답이 수집됐다. 직장이나 교육 관련 이메일을 다룬 두 번째 연구에서는 수신자 361명, 발신자 61명의 응답을 분석에 활용했다. 이 숫자들이 모두 완전히 짝지어진 발신자-수신자 쌍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첫 번째 연구에서 발신자와 수신자의 평가를 실제로 짝지어 비교할 수 있었던 사례는 171건이다.
연구진은 주로 메시지에 담긴 감정의 방향, 즉 valence를 비교했다. 쉽게 말해 보낸 사람은 메시지를 얼마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뜻으로 썼다고 평가하는지, 받은 사람은 그것을 얼마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으로 느꼈는지를 살핀 것이다. 상대가 정확히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장난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는지, 관계에서 무엇을 기대했는지까지 모두 맞혔는지를 조사한 것은 아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두 연구 모두 발신자가 의도한 감정의 방향과 수신자가 받아들인 감정의 방향이 전반적으로 잘 맞았다. 연구진은 메시지 길이, 이모지 사용, 수신자의 나이와 성별, 사회적 친밀도, 신경증 성향이 관련성을 바꾸는지도 살펴봤지만 이 여섯 요인의 조절 효과는 확인하지 못했다. 효과가 없다고 확정한 것이 아니라, 이 연구에서 뚜렷한 근거를 얻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는 ‘문자에는 표정이 없으니 사람들은 감정을 자주 잘못 읽는다’는 설명을 적어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두 논문이 모순되는 것처럼 보였다. 크루거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이메일 소통 능력을 과신한다고 했는데, 폴만과 로스의 연구에서는 문자와 이메일의 감정이 꽤 정확하게 전달된다고 한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두 연구가 묻는 질문이 다르다. 하나는 사람들이 자신의 전달 성공을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하는지, 다른 하나는 실제 메시지에서 감정의 긍정·부정 방향이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살펴본다. 소통이 비교적 잘 이루어지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자기 능력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상대방이 메시지를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읽었다고 해서, 그 안에 담긴 구체적인 부탁이나 비꼼까지 정확하게 이해했다고 보장되지는 않는다.
연구 방식의 차이도 중요하다. 실험실에서 낯선 문장을 받는 일과 원래 알고 지내던 사람에게 메시지를 받는 일은 다르다. 평소 대화 습관이나 이전 상황이 이미 공유돼 있다면 짧은 문장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폴만과 로스의 연구가 친밀할수록 반드시 더 정확하게 해석한다는 결과를 보여준 것은 아니다. 가능한 설명과 검증된 결과를 구분해야 한다.
여기까지 읽고 나니 애초 질문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문자 전체가 얼마나 불완전한가가 아니다. 대부분의 말은 통하는데, 하필 어떤 순간에는 왜 서로 다른 의미를 듣는가. 바로 그 차이가 알고 싶어졌다.
3. 마침표 하나가 다른 인상을 만드는 이유
Threads에 올린 짧은 글에서 나는 “알겠어 ㅋㅋ”와 “알겠어.”를 나란히 놓았다. 둘째 문장이 더 차갑게 느껴진다는 반응을 떠올릴 수 있는 예시다. 그러나 연구의 관점에서 보면 이 비교는 조심스럽다. 한쪽에는 ‘ㅋㅋ’가 있고 다른 쪽에는 마침표가 있으므로 무엇 때문에 느낌이 바뀌었는지 분명하지 않다. 웃음 표시를 없앤 효과인지, 마침표를 붙인 효과인지, 두 요소가 함께 바뀐 효과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2016년 셀리나 건라즈와 동료들의 연구가 흥미로웠다. 논문 제목은 『Texting insincerely: The role of the period in text messaging』다. 연구진은 문자 응답 끝에 마침표가 붙었을 때와 붙지 않았을 때 사람들이 응답을 얼마나 진정성 있게 느끼는지 비교했다. 손글씨로 쓴 짧은 응답도 함께 살폈다. 중요한 것은 문장 전체의 말투를 바꾸는 대신 마지막 마침표라는 특정 요소를 비교하려 했다는 점이다.
학술지에 실린 결과를 확인한 결과, 문자 조건의 평균 점수는 마침표가 있을 때 3.85점(표준편차 0.99), 없을 때 4.06점(표준편차 1.00)이었다. 차이는 0.21점이다. 참가자 기준 검정에서는 t(57)=2.73, p<.01이었고, 문항 기준 검정에서도 t(15)=2.49, p<.05였다.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보고됐다고 해서 참가자 모두가 마침표를 보고 불쾌하게 여겼다는 뜻은 아니다. 집단 평균에서 비교적 작은 차이가 관찰됐다는 의미다. 또한 연구진은 같은 방식의 차이가 손글씨 조건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이 결과를 읽으며 눈에 들어온 것은 마침표 자체보다 마침표를 사용하는 장소였다. 종이에 쓴 문장에서 마침표는 대체로 문장 끝을 알리는 기본 문장부호다. 하지만 메신저 대화에서는 친한 사람끼리 짧은 문장을 주고받으며 마침표를 생략하기도 한다. 생략이 일상적인 환경에서는 마침표를 일부러 붙인 문장이 조금 다르게 읽힐 가능성이 있다. 언어학에서는 말의 사전적 뜻만이 아니라 문맥과 사용 관습에 따라 전달되는 의미를 화용적 의미라고 부른다.
물론 이것은 영어권 문자 대화에서 진정성 평가를 살펴본 연구다. 한국어에서 ‘알겠어.’가 언제나 차갑게 들린다고 증명한 것은 아니다. 더구나 ‘진정성이 낮게 느껴진다’와 ‘상대가 화났다’는 같은 판단이 아니다. 마침표 하나가 화를 뜻하는 암호인 것처럼 받아들이면 연구가 실제로 보여준 범위를 넘어서게 된다.
그럼에도 이 연구가 남긴 질문은 크다. 우리는 메시지를 읽을 때 단어의 뜻만 해석하지 않는다. 평소라면 쓰지 않을 기호가 등장했는지, 상대가 원래 어떻게 메시지를 쓰는지도 함께 읽을 가능성이 있다. 같은 문장이 사람마다, 관계마다 다르게 들릴 수 있는 이유를 찾는 데 이 점이 실마리가 될 수 있다.
4. 문장보다 앞서 읽히는 것이 있을까
마침표 연구는 메시지 자체의 단서를 다룬다. 그런데 같은 표현을 같은 사람에게 들어도 그날의 관계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까. 예를 들어 누군가 “왜?”라고 물었을 때 친한 친구의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처럼 느껴지는데, 최근에 갈등이 있었던 사람의 질문은 따지는 말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 문장은 이해를 돕기 위해 구성한 예시이며 실제 연구에서 사용한 문장은 아니다.
이 질문과 관련해 살펴볼 만한 연구가 2002년 멜리사 호킨스, 시빌 카레르, 존 가트먼이 발표한 『Marital Sentiment Override: Does It Influence Couples’ Perceptions?』다. 연구에는 신혼부부 96쌍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부부가 상대의 감정 표현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살펴보고, 그 평가를 별도의 관찰자가 감정 표현을 분류한 결과와 비교했다. 동시에 부부가 평소 결혼 관계를 어떻게 느끼는지도 함께 조사했다.
이 연구가 흥미로운 이유는 눈앞에서 벌어진 행동을 보았을 때도 사람들이 그것을 반드시 똑같이 평가하지는 않는다는 점에 있다. 연구진은 평소 관계에 대한 전반적인 감정이 배우자의 구체적인 감정 표현을 읽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검토했다. 연구에서 sentiment override라고 부른 현상이다. 이를 굳이 직역하기보다, 상대와의 관계를 전체적으로 어떻게 느끼는지가 눈앞의 표현을 해석할 때 일종의 배경으로 작용하는 현상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결과에는 중요한 조건이 있었다. 아내가 남편의 긍정적 감정이나 강도가 낮은 부정적 감정을 평가할 때 평소 결혼 관계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그 평가와 관련됐다. 특히 약한 부정적 감정을 긍정적인 쪽으로 받아들이는 양상도 관찰됐다. 반면 강한 부정적 감정을 평가할 때는 남편과 아내 모두에서 같은 형태의 관계 감정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어떤 감정이든, 누구에게든, 언제나 관계의 기억이 판단을 지배한다는 결론은 아니다.
이 지점이 오히려 중요했다. 연구 결과를 단순화하면 ‘평소 사이가 나쁘면 모든 말을 공격으로 듣는다’는 익숙한 조언이 된다. 하지만 연구가 실제로 보여준 것은 그보다 제한적이고 구체적이다. 특정 감정의 강도와 평가자에 따라 관계에 대한 전반적인 감정이 지각과 관련되어 있었다. 또 이 연구는 문자 메시지를 읽는 실험이 아니라 부부의 감정 표현을 평가한 연구였다.
그러므로 이 결과를 곧바로 우리 부부의 카톡으로 가져와 “내가 그렇게 들은 것은 서운함이 쌓였기 때문이다”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다만 상대방의 한 문장을 해석하는 일이 그 문장만 읽는 작업은 아닐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는 데는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관계의 기억 외에도 해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5. 상대의 기분을 읽는 데 내 기분이 끼어들 때
상대가 평소보다 말이 적으면 “오늘 기분 안 좋아?”라고 묻게 된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그 질문에는 이미 하나의 추측이 들어 있다. 말을 적게 한 것은 상대인데, 화가 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만든 사람은 나다. 이 판단이 언제 정확하고 언제 빗나가는지 알아보려면 상대가 실제로 느낀 감정과 내가 추측한 감정을 각각 확인해야 한다.
2025년 코티우가와 동료들이 발표한 『Empathic accuracy in couples: A daily diary study of relationship-related emotions』는 이 문제를 생각할 때 참고할 만하다. 학술지 초록에 따르면 커플 327쌍이 35일 동안 자신의 감정과 상대방의 감정에 대한 추측을 기록했다. 연구는 기쁨, 사랑받는 느낌, 분노, 경멸, 슬픔, 두려움, 죄책감처럼 관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감정을 살펴봤다. 특정 문자 하나의 뜻을 맞히는 실험은 아니었다.
상대의 감정을 알아맞히는 정확도는 심리학에서 empathic accuracy라는 개념으로 연구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사람에게 타인의 마음을 직접 들여다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상대가 한 말, 표정, 그날의 상황, 평소의 관계를 단서로 삼아 감정을 추측한다. 때로는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도 그 추측의 출발점이 된다. 이를 assumed similarity, 즉 상대도 나와 비슷하게 느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경향이다. 이 연구에서는 사람들의 감정 추정에 이런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동시에 대부분의 참가자가 상대방 감정의 일별 변화를 꽤 잘 따라갔으며, 상대가 느끼는 감정을 말로 표현했을 때 그 변화도 더 잘 파악했다. 자신의 감정을 참고한다는 사실이 반드시 상대의 감정을 잘못 읽는다는 뜻은 아닌 셈이다.
연구진은 상대의 감정을 추정할 때 약하게 부정적인 쪽으로 기우는 경향도 보고했다. 그러나 그 결과만으로 특정한 관계에서 누가 더 자주 오해하는지 판단할 수는 없다. 이런 추측이 무조건 틀린 것은 아니다. 같은 상황을 겪은 두 사람이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기 감정이 도움이 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어떻게 구분하느냐다. 연구를 읽을 때도 '사람들이 자기 감정을 단서로 사용한다'는 결과를 '상대의 감정을 자기 마음대로 왜곡한다'는 뜻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다시 남편이 보내온 영상이 떠오른다. 남편은 내가 자기 말에 없는 뜻을 붙인다고 느꼈다. 그렇다면 내가 당시 남편의 마음을 실제로 확인했는지, 아니면 다른 경험과 내 감정을 바탕으로 그 마음을 짐작했는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다만 지금까지의 기록만으로 그날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어떤 해석이 실제로 틀렸는지는 알 수 없다. 연구에서 얻은 통찰을 과거의 사건에 대한 확정적인 진단으로 바꾸지 않기로 했다.
6. 다섯 논문을 읽고 난 뒤에도 답하지 못한 질문
여기까지 찾아보니 처음 기대했던 것처럼 '같은 말이 다르게 들리는 원인은 이것이다'라고 단정할 수 없었다. 대신 연구들이 서로 다른 장면을 비추고 있다는 사실은 더 분명해졌다.
크루거의 실험은 발신자가 자신의 의도 전달 능력을 얼마나 정확하게 예상하는지 묻는다. 폴만과 로스의 연구는 실제로 오간 메시지의 감정적 방향이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에서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비교한다. 건라즈의 실험은 마침표라는 표기 하나가 문자에서 진정성 판단을 바꾸는지 살핀다. 호킨스와 동료들은 평소 부부 관계에 대한 감정이 상대의 실제 감정 표현을 평가하는 데 어떻게 관련되는지 확인한다. 코티우가의 연구는 일상에서 상대의 감정을 추측할 때 자기 감정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조사한다.
이 연구들은 서로 다른 표본과 측정 방법을 사용했다. 그래서 결과를 단순하게 합쳐 ‘문자 오해 공식’을 만들 수는 없다. 처음부터 하나의 원인을 찾으려 했던 내 기대가 지나치게 단순했을 수도 있다. 실제로는 메시지가 얼마나 애매한지, 그 사람이 평소 어떤 말투를 쓰는지, 두 사람이 이전에 어떤 경험을 공유했는지, 해석하는 사람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관련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요소들이 실제로 어떻게 결합하는지, 무엇이 더 큰 영향을 주는지는 이번 다섯 편의 논문만으로 알 수 없다.
그리고 더 근본적인 문제도 남아 있다. 누군가가 “내 말에 없는 뜻을 붙였어”라고 말할 때, 그 사람의 설명은 정말 정답일까? 발신자는 자신이 의도한 바를 가장 잘 알 수 있지만, 그것이 상대에게 드러난 표현을 완전히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수신자가 불쾌함을 느꼈다고 해서 발신자의 의도가 반드시 불쾌감을 주려는 것이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의도와 표현, 상대의 해석을 구분해서 비교해야 비로소 어디서 차이가 생겼는지 살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상대의 말을 오해했다고 느끼는 순간, 실제로 그 사람의 의도를 얼마나 확인하고 있을까?
참고문헌 및 확인 범위
검증일: 2026년 10월 10일. 아래 ‘확인’은 서지정보와 초록 또는 공개된 결과 부분을 대조했다는 뜻이며, 다섯 논문의 전체 원자료를 재분석했다는 뜻은 아니다.
- Kruger, J., Epley, N., Parker, J., & Ng, Z.-W. (2005). Egocentrism over e-mail: Can we communicate as well as we think?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9(6), 925–936. https://doi.org/10.1037/0022-3514.89.6.925. PubMed 원문 서지·초록 확인. 5개 실험 및 자기중심적 관점의 해석은 초록에서 확인된다. 개별 실험의 모든 통계표는 재분석하지 않았다.
- Pollmann, M. M. H., & Roos, C. A. (2025). “I get u”. People correctly interpret the tone of text messages and emails. Computers in Human Behavior Reports, 18, 100689. https://doi.org/10.1016/j.chbr.2025.100689. 공개 학술지 본문·표본 수 확인. 첫 연구 수신자 347명, 대응 발신자 171명, 둘째 연구 수신자 361명, 발신자 61명. 감정의 긍정·부정 방향(valence)을 측정했다.
- Gunraj, D. N., Drumm-Hewitt, A. M., Dashow, E. M., Upadhyay, S. S. N., & Klin, C. M. (2016). Texting insincerely: The role of the period in text messaging. Computers in Human Behavior, 55, 1067–1075. https://doi.org/10.1016/j.chb.2015.11.003. 학술지 공개 결과 부분의 평균·표준편차·유의성 확인. 전문의 모든 분석을 재현한 것은 아니다.
- Hawkins, M. W., Carrère, S., & Gottman, J. M. (2002). Marital sentiment override: Does it influence couples’ perceptions? Journal of Marriage and Family, 64(1), 193–201. https://doi.org/10.1111/j.1741-3737.2002.00193.x. 출판사 초록 및 저자 공개 논문 자료 확인. 96쌍과 감정 강도에 따른 조건별 차이를 확인했다.
- Kotiuga, J., Daspe, M.-È., Dawson, S. J., Bergeron, S., & Vaillancourt-Morel, M.-P. (2025). Empathic accuracy in couples: A daily diary study of relationship-related emotions. Emotion, 25(7), 1690–1703. https://doi.org/10.1037/emo0001532. PubMed 학술지 초록 확인. 327쌍·35일·7개 감정, 자기 감정에 대한 의존, 약한 부정성 편향, 상대의 감정 표현과 관련된 정확도를 확인했다. 원문 전문의 통계표는 별도 재검증이 필요하다.
연구노트의 범위: 이 글은 다섯 연구를 한데 모아 하나의 확정적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않는다. 연구가 직접 확인한 결과, 그 결과에서 가능한 해석, 가설씨가 앞으로 확인하고 싶은 실험을 구분한다. 남편이 영상을 보낸 일만 실제로 확인된 출발 사건이고, 그 밖의 대화 예시는 설명용으로 구성했다. 실제 경험과 설명용 예시를 구분하고, 인용 정보와 원문 출처를 명시했다. 본문은 6장에서 끝난다. 이 부분은 참고자료 부록이다.
우리는 상대의 말을 오해했다고 느끼는 순간, 실제로 그 사람의 의도를 얼마나 확인하고 있을까?
연구노트 002에서 이어집니다. · 준비 중